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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호 [이슈추적 1]노동시간을 도둑맞아 … 단축할 노동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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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151회 작성일 20-02-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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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을 도둑맞아 … 단축할 노동시간이 없다

특례도 탄력근로도 근로기준법상 ‘예외’
버스노동자는 ‘예외 노동자’가 아니다

2019년 7월 1일, 300인 이상 노선버스 업체가 근로기준법에 규정하고 있는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52시간 노동시간 한도를 적용받았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업체까지 확대 적용됐다.
노선버스가 2018년 7월 1일 57년 만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고, 주52시간의 노동시간 상한 설정까지 현장에 노동시간 단축 폭풍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특례업종 하에서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었기에 노동시간의 상한이 설정되는 특례업종 제외만으로도 버스현장에 불어 닥칠 폭풍은 거대할 것이라 예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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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의 개정과
주52시간제의 시작

2018년 7월 1일, 2019년 7월 1일 노동시간 단축의 폭풍이 예상됐다. 이에 앞서, 버스현장 노사는 노동시간 단축, 임금보전, 인력충원 등 핵심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교섭을 진행했다. 작년 5월에는 버스노동자들이 전국 공동투쟁을 진행하며 버스현장 노동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졌다.
연맹이 매3년마다 실시하는 ‘버스노동자의 근로실태 및 개선사항’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2015년 9월 조사) 조합원 월 평균노동시간은 235.7시간에서 2019년(2018년 9월 조사) 223.2시간으로 12.5시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맹이 300인 이상 사업장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조합원 노동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해 11월 진행한 노동시간 실태조사에서는 조합원 월평균 노동시간이 215.7시간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 비해 주52시간제 적용 이후 노동시간이 7.5시간 단축된 것이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이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올해 상황은 하반기에 별도로 조사하여 변화추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례제외 이전부터 주52시간제 시행직후까지 감소된 월 평균 노동시간은 총 20시간으로 8.5%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동안 20시간이라는 노동시간이 단축된 성과는 적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월평균 노동시간이 215.7시간에 이르는 점은 여전히 문제다. 단순히 월평균 노동시간을 주 단위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49.7시간이 나온다. 표면상 주52시간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하지만 12월 말까지 진행됐던 ‘버스산업발전협의회’는 난항을 거듭했다.
노사정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재정지원’, ‘인력양성을 위한 제도개선’, ‘휴게시설 확보 및 휴식시간 보장방안 마련’, ‘버스요금 제도 개편’ 등 핵심쟁점을 정리해 나갔다. 제도개선은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결정의 핵심이다. 핵심쟁점인 중앙정부의 버스업종 재정지원과 버스요금 제도 개편 등 논의 초반 합의점을 만들었던 내용들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거듭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버스준공영제 도입 등 교통체계 개편 시 일정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은 삭제됐다. 버스요금 인상을 2년마다 심의토록 하는 내용도 ‘2년’이 제외됐다. 인력양성을 위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확대도 기획재정부의 예산삭제로 이루지 못했다. 휴게시설 및 휴식시간 보장 방안은 법률 개정을 통한 명문화 수준에서 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맹은 정부의 대책 후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버스산업발전협의회에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재정지원이 빠진 대책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연맹과 전문가 그룹의 반대와 우려에도 정부는 12월 27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종합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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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은 이루어졌는데
버스현장 장시간노동은 여전하다

실태조사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창원, 청주, 평택 등 1일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도 단위 시내버스는 여전히 대부분 격일제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격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방 시내버스의 월 평균노동시간은 특례제외 전 256.5시간에서 2018년 7월 특례제외 이후 236.6시간으로 약 20시간이 줄었다. 2019년 7월 주52시간제 시행 이후에는 225.5시간으로 11.1시간이 줄어들었다. 특례제외 이전에 비해 총 31시간의 노동시간이 단축된 것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기도를 포함한 도 단위 시내버스는 주52시간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1일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격일제 또는 복격일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52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합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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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만들어낸 기적 … 탄력적근로시간제
일은 그대로인데, 노동시간을 도둑맞았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과연 법 준수에 적합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격일제 및 복격일제 사업장의 2016년 연맹의 근로실태조사 자료와 최근 주52시간제 시행이후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시내 격일제 사업장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56.5시간에서 225.5시간으로 단축, 지방시내 복격일제 사업장은 235.1시간에서 225.7시간으로 , 복격일제 농어촌 사업장은 266.3시간에서 225.9시간으로 단축됐다.
주52시간제의 시행에도 격일제 및 복격일제를 시행하던 사업장은 교대제로 근무형태의 변경보다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이용해 1일 장시간운전의 근무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근무형태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장의 노동시간은 월 단위 평균 약 226시간, 주 단위 평균 약 52시간으로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특성에 맞게 짜여진 협정 근로시간 덕에 가능한 숫자다. 말 그대로 숫자를 법정 근로시간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애용하는 단어인 ‘버스운수업의 특성상’ 노동시간을 규정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된다.
도로 및 근무환경에 따라 하루의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근로시간을 약정하고, 그 시간 이내에 근로를 하도록 짜여진 근무형태를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약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그것이 법적 분쟁의 요인으로 작용했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의 적용받던 2015년 9월 실태조사의 1일 노동시간과의 비교해 보면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시내 격일제 사업장은 17.2시간에서 15.2시간으로, 시내 복격일제 사업장은 12.0시간에서 11.6시간으로, 농어촌 복격일제 사업장은 12.6시간에서 11.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1회 왕복 운행이 최소 1시간 이상에서 4시간이 넘는 노선버스의 특성상 운행 횟수를 줄여서는 나오기 힘든 결과다.
결국 대기시간의 근로시간 포함여부를 협소하게 판단하는 사측의 주장과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결합되어 위험천만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협정이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일 노동시간은 그대로인데, 협정 근로시간만을 줄여 법정근로시간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분쟁의 요소를 더욱 키우는 꼴이 된다. 실질적인 노선개편 또는 운행횟수의 조정 등으로 운행계통 변경을 통한 실 노동시간 단축 없는 협정 근로시간 축소는 투쟁의 성과물을 상쇄시키고 있다.

13b5768af28471dd7945d062b660bfa9_1581482702_8.jpg특례나 탄력근로나 ‘예외의 노동자’

버스노동자는 ‘예외’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예외로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든 노동자의 건강과 그 건강을 바탕으로 인간단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라는 또 다른 ‘예외’를 두었다. 그 ‘예외’는 1주 평균 52시간을 맞추기만 하면 특정 주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사용해도 되도록 되어있다. 이는 어떤 노동자는 때로는 건강은 잠시 잊고, 인간다운 삶을 가끔은 포기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우리 버스노동자는 57년 동안 특례업종에 포함되어, ‘예외의 노동자’로서 연간 3,000시간이 넘는 노동도 버텨왔다. 특례업종도 ‘예외’ 중 하나였다. 우리는 ‘예외’에서 벗어나 탄력적 근로를 하는 또 다른 ‘예외의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다.
‘예외’의 결과는 항상 일반적인 예가 아닌, 특별한 예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버스노동자의 일터에서 특별한 예는 사고다. 버스 교통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 더 이상은 버스노동자를 ‘예외의 노동자’로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