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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호 [뉴스 뒤집어보기] 문제는 정말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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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62회 작성일 19-03-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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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말 최저임금?

자영업자, 진짜 고통의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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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매년 10% 이상씩 오르는 최저임금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정말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일까? 자영업자들의 진짜 고통은 어디서 오는지 확인해보자.

유명 가게 문 닫는 이유도 최저임금 탓?

지난 1월 18일자 중앙일보는 방송인 홍석천 씨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홍석천 씨가 운영 중인 이태원 가게 문을 닫은 이유를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이에 홍석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하고 인터뷰하신 거 아니고 퍼 나른 거 괜찮은데. 제목이 제 의도하고는 많이 다르다”며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인터뷰였는데 최저임금 문제만을 다룬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그러면서 이태원 가게 두 곳의 문을 닫게 된 직접적 원인은 최저임금제의 여파라고 밝히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존 종업원의 월급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승비율보다 실제로는 비용이 더 들게 된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월 18일자.기사는 이태원 가게 문을 닫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석천 씨의 실제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왜곡된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폐업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물을 소유하기도 했고, 세 들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황을 모두 이해한다”며 “매번 폭등하는 임대료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번 언론은 자영업자의 운영상 어려움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이태원에 두 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방송인 홍석천 씨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닌 임대료 인상으로 폐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껏 언론이 말한 ‘기승전 최저임금’ 주장의 진실은 무엇일까.

인건비 vs 임대료, 어떤 것이 더 큰 부담일까

지난 2018년 7월, 인크루트와 알바콜은 자영업자 1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자영업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언론이 지적했던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최저임금은 16%로 2위를 차지했다. 최저임금보다 더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임대료(17%)였다. 이어서 고객 감소(14%), 원자재 가격 인상(13%), 동종업종 증가(12%), 카드수수료(10%) 등이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임대료 상승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고 한다. 또한, 요즘에는 건물주를 가리켜 ‘갓물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년들의 소원 중 하나도 건물 한 채 소유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018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지수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중대형상가 임대료 평균 가격은 ㎡당 29.1천 원이었다. 특히, 수도인 서울의 경우는 ㎡당 58.5천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자랑했다. 강남이나 이태원, 홍대 같은 임대료가 비싸다고 알려진 지역의 경우 그 가격이 더 높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계산을 해보자. 2018년 기준 20평 정도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내야 하는 임대료 가격은 전국 평균 대략 192만 원 수준이다. 서울에서 같은 기준으로 가게를 차린다면 매달 386만 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곳에 매주 5일, 8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매달 174만 원 정도의 인건비를 지불한다. 이들을 풀타임 아르바이트생으로 부른다. 여기서 근무 시간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2~3일 정도만 아르바이트생을 이용하면 인건비는 더 줄어들게 된다.
서울 기준, 386만 원과 174만 원. 자영업자에게 무엇이 더 부담이 되는 숫자일까. 언론은 흔히 ‘갑’이라 여겨지는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는 대신, 하루 매출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자영업자들에게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제는 언론에서 쏟아내는 ‘기승전 최저임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까마귀는 죄가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최저임금은 거의 매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보통 다음 해 최저임금 결정시기를 전후한 때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언론이 대오각성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이라도 가지게 된 걸까?
최저임금을 다룬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실상이 금방 드러난다. 몇몇 매체를 빼면 최저임금을 다루는 언론들의 태도는 대동소이하다.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일자리가 늘지 않고 우리나라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경영이 악화돼 고용을 기피하고, 이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을 곁들인다.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언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라는 거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인상했지만, 경제위기 우려가 대두할 만큼 경기지표와 고용지표는 악화됐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몰아가기 딱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기득권 세력과 언론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런 말이 아닐까?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거 아냐? 그러니 쓸데없이 소득주도성장 운운하지 말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재벌들을 더 키워야 한다고! 임금? 경제도 어려운데 노동자가 양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