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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호 [이슈추적2] 차 안에 쌓이는 미세먼지, 노동자·시민 건강은 누가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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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730회 작성일 19-05-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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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쌓이는 미세먼지,
노동자·시민 건강은 누가 챙기나?

미세먼지 심한 날, 버스 공기 질 바깥과 차이 없어
승객·버스노동자 건강권 보장 위한 대책 필요

‘띵동’. ‘긴급재난문자 [환경부] 수도권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바랍니다’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네 일상에서 친숙한 ‘재난’이 됐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될 수 있는 대로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은 미세먼지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됐고, 보건용 마스크 착용과 충분한 물 섭취는 일종의 국민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화합물 BC(black carbon)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 온종일 바깥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혹은 실내라고 해도 바깥과 비교해서 공기 질에 차이가 없거나 더 나쁘다면?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버스 내 미세먼지 농도는 바깥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바깥 공기질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버스 정류장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을 때는 174㎍/㎥(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 1세제곱미터 공기 안에 들어있는 미세먼지 중량)이었다가 버스를 탔을 땐 142㎍/㎥으로 조금 준 것인데, 두 수치 모두 미세먼지 예보등급 ‘나쁨(81㎍/㎥~150㎍/㎥)’수준을 훌쩍 웃돌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1㎍은 100만 분의 1g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버스 운전기사들과 일반 시민들은 평소에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서울 강서구~영등포구 지역을 운행하는 영인운수 6630번 노선버스에 올라 직접 물어봤다.

버스 먼지, 얼마나 심하나?
“계기판에 먼지가 쌓이는 게 보일 정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 버스 안 공기는 어떤가요?” 버스 운전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바깥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이렇게 확신하는 것은 버스를 운전하면서 먼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운전기사들의 눈은 따끔거렸고, 목은 이내 칼칼해졌다. ‘한 탕’(노선 1회 순회)만 하고 와도 계기판에 먼지가 쌓였고, 이따금 눈앞엔 먼지가 날아다니는 것까지 보였다.
미처 마스크를 챙겨 나오지 못한 날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버스 앞문을 열 때마다 입을 다무는 것으로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한편, 마스크 착용이 몸에 좋은 줄은 알면서도 숨쉬기가 불편하고 금세 습기가 차서 벗고 일한다는 이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19년차 버스 운전기사 강신규(51·남) 씨는 “버스 앞문을 열 때마다 먼지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강 씨는 “황사가 심한 날엔 시골에서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이는 흙먼지를 들이키는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경우엔 나쁜 공기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운행지침에 따라 운전기사는 정류장에 승객이 없더라도 일단 버스를 세우고 문을 여닫아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 씨가 정차해야하는 정류소는 모두 96곳. 이에 따르면 그는 운행시간(약 3시간) 동안 약 1분 50여 초마다 문을 여닫고 있는 셈이 된다. 승객이 붐비는 정류장이라면 문을 열고 있는 시간이 길어져 그만큼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강 씨는 “동료 중에서도 눈이 충혈 돼 있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자신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 눈이 따끔거리고 목이 타는 듯한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미세먼지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지만, 이마저도 “운전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서 양껏 마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한 탕을 다녀온 뒤에 물을 마시고, 꼭 화장실을 갔다 오는 습관을 들여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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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부착 미세먼지 필터, 실효성은 글쎄…

강 씨와 함께 영인운수에서 근무하고 있는 운전기사들은 약 210여 명. 평균 나이는 57세 정도다. 18년차 버스 운전기사인 김덕중 영인운수지부 지부위원장(50)은 “조합원들의 나이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감기몸살로 일을 나오지 못하거나,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김 지부위원장은 봄철 불청객의 잦은 방문 때문에 덩달아 잦아진 차량 청소로 운전기사들의 휴식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김 지부위원장은 “예전에는 버스 운전기사들이 교대 시간에 한 번 정도 청소를 했는데, 지금은 기사들도 그렇고 청소원들도 시간만 나면 물걸레로 손잡이나 창틀을 닦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나 청소를 담당하는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사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운행마다 자투리 시간을 내서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할 정도”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운행을 마치고 돌아온 버스 안 구석구석을 물걸레질하고 있던 청소원 한명숙 씨(가명·56)도 “공기가 좋지 않거나 나쁜 날엔 확실히 차이가 난다”며 “차량 대부분을 꼼꼼히 물걸레질 하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버스가 한 바퀴만 돌고 와도 손자국이 날 정도로 먼지가 쌓여 있다”고 토로했다.
혹시 차량 내 공기청정 시설이 설치되어 있진 않을까? 김덕중 지부위원장은 “저상버스엔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환풍기가 있다. 하지만 환기구 역할 정도고 공기청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저상버스에서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체 시내버스(7,406대) 중 67%에 해당하는 4,967대에 미세먼지 필터를 장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차종별 에어컨 규격 및 차량 노후 정도를 고려해 모든 시내버스에 미세먼지 필터를 장착할 예정이다. 해당 필터는 기존에 버스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겉면에 탈·부착하는 방식으로 1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미터)미만의 미세먼지를 99% 걸러내고, 2.5㎛미만의 초미세먼지는 50~80%까지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인운수도 지난해 말부터 모든 차량에 미세먼지 필터를 부착해왔다. 다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필터는 에어컨의 송풍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날이 추운 겨울엔 시민들로부터 “당장 꺼달라”는 볼멘 항의를 듣기 일쑤고, 여름엔 에어컨의 냉방 기능마저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신규 씨는 “에어컨을 이용하다보니까, 잘 모르는 시민들은 에어컨을 켠 줄 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지 않고, 운전기사 입장에선 물어볼 때마다 일일이 대답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시에서) 켜라고는 하는데, 끌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지부위원장도 “서울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버스를 만들 때부터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거나 필터 방식이 아닌 제대로 된 공기청정기를 지원”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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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노동자·시민 모두 위한 대책 필요

결국 버스 운전기사들이 운전 중에 미세먼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보건용 마스크를 챙겨 쓰는 정도. 3M과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등 식약처 허가를 받은 브랜드의 초미세먼지·황사 방역 마스크(KF94) 판매 가격은 2,500원 내외. 최근 3개월(2019년 1월~3월) 서울시 25개 자치구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만 따져도 ‘나쁨(36㎍/㎥~75㎍/㎥)’ 이상이었던 날은 한 달 중 약 12일에 이른다. 미세먼지가 아주 해로운 날에만 마스크를 챙겨 쓴다고 가정하면 매달 3만 원씩 비용이 든다. 하지만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지원은 없는 상태다.
김 지부위원장은 “노동조합에서 (운전기사들에) 마스크를 지원해주자는 얘기가 나온 적 있지만, 아무래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서울시나 회사가 최소한 버스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보건용 마스크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세먼지는 비단 버스 운전기사들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버스 노동자와 시민 모두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공기청정기 설치 등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들, 대중교통에서만이라도…

한편, 버스에서 만난 시민들은 버스 내 공기 질이 좋지 않다는 데 크게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미처 버스 노동자의 건강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과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대학생 김서영씨(23·여)는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답답한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끼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버스를 타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미세먼지가 모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큰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바로 조치를 할 수 있는 대중교통에서마저도 조치가 미흡한 것 같아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2살짜리 딸아이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주부 이미성(34·여) 씨도 “요즘엔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나오는데,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매일 아침 커튼을 열고 공기가 맑은지, 뿌연지 확인하지 않는 것이 일과다. 아이가 마스크 쓰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가능하면 밖에 나오지 않는데, 오늘은 불가피하게 나오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솔직히 그동안 운전기사 분들의 건강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버스나 지하철에도 공기청정기가 설치됐으면 좋겠다”면서 “기사님들도 청소나 환기에 조금 더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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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초미세먼지·황사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먼지 지름이 10㎛이하인 미세먼지(PM 10)와 지름이 2.5㎛ 이하(PM 2.5)인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폐 등 인체 내 기관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크기의 모든 오염 물질을 말하며, 그 중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지역에서 발생한 흙먼지를 황사라고 한다.
환경부는 2014년 2월부터 미세먼지 예·경보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초미세먼지에 대해서는 2015년 1월부터 예보를 시작했다.

<정보출처=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