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호 [이슈의 현장 2_새경기 준공영제] 노선입찰제, 제도·산업·노동 측면에서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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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73회 작성일 18-11-16 12:23본문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경기 준공영제가 어떤 형태인지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런데 교통대책특위가 이야기하는 대로 새경기 준공영제가 버스산업을 확 바꿀 수 있을까? 아래에서는 새경기 준공영제와 관련한 논란을 제도와 산업, 노동조건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노선 사유화를 극복하겠다지만 …
경기도가 노선입찰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노선의 사유화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우리나라의 버스운송사업 면허는 통상 면허기간의 정함이 없는 일반면허로 운영되고 있다. 법에서는 업무의 범위와 기간을 한정하는 한정면허는 수요의 불규칙성 등으로 인해 버스운송사업자가 노선버스를 운행하기 어려운 경우, 수익성이 없어 운행을 기피하기 때문에 법에 의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버스전용차로 설치나 운행계통의 신설 등 버스교통체계 개선을 위하여 시도 조례로 정한 경우, 신규노선에 대하여 운행 행태가 광역급행인 버스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경우 등에 한하여 발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반면허가 노선 사유화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일반면허를 취득한 버스운송사업자는 공공시설인 도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누리며, 이러한 혜택을 특허권처럼 인식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이 같은 노선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노선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사업계획 변경을 규제하거나 노선의 변경을 명령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개입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는 제한을 받는다. 결국 해당 노선에 대한 면허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독점적 지위가 인정되고, 이에 대한 양도·양수나 상속도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버스는 대중교통으로서의 공공성을 가지지만 현실에서는 사유재산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새경기 준공영제의 방향으로 노선입찰제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노선의 사유화를 억제하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는 근본적으로 민간업체의 노선권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그 수입금을 버스운행 실적에 따라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버스운영 제도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노선 사유화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경기도의 문제의식이다. 또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는 그 자체로는 버스업체의 효율성강화를 유도하기 어렵고, 자체의 재정지원의 근거가 되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노선에 대한 면허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일반면허에서 업무의 범위와 기간을 한정하는 한정면허로 바꿈으로써 노선의 사유화를 막는 것을 과제로 설정하고, 그 방식으로 노선입찰제를 선택했다. 노선권은 경기도가 소유하고 그 운영만을 일정한 기간에 한하여 민간업체에 위임한다는 아이디어다. 노선입찰제에서는 면허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면허를 갱신하려면 경영을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버스업체들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면허를 취득한 업체라 하더라도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투명한 경영, 질 좋은 서비스 등으로 경쟁상대보다 앞서나갈 수 있어야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최저가 낙찰제가 최선의 대안일까?
대중교통으로서의 버스가 가진 공공성을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버스노선의 소유와 운영 모두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담당하거나 공기업 또는 공사 등의 형태로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다만 현재의 조건에서 즉시 공영제를 시행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의 반발도 넘어서야 한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민간업체의 효율성을 결합하려는 준공영제가 대안으로 대두하게 된 것이다.
준공영제는 노선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에 따라 그 형태가 분류된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준공영제는 민간업체가 가진 노선의 소유권을 인정하되 그 수입금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대신 노선 운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이다. 반면에 경기도가 도입하려고 하는 새경기 준공영제는 노선의 소유권을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며 그 운영에 대해서는 입찰이라는 선정 절차를 거친 민간업체에 위임하는 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이다. 경기도는 입찰하는 민간업체가 없는 노선에 대해서는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노선 운영을 위탁하는 위탁관리형 준공영제의 요소도 가미한다는 구상이다.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에 보완해야 할 지점은 분명히 있다.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측면이다. 표준운송원가 산정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지점으로 지적된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준공영제 하에서는 지원된 재정을 사업자가 어떻게 사용하더라도 책임을 추궁하기 어려워 임의적인 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경기도가 도입하려는 노선입찰제의 경우에는 법적으로도 인정되고 있는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제도라는 점이 지적된다. 이로부터 몇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우선은 노선입찰제를 도입하려할 때 현재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법부가 행정 목적 등의 필요에 따라서는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법적 소송이 제기됐을 때 어떤 판결을 내릴지 불확실하다는 점은 노선입찰제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은 노선에 대한 면허를 회수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노선입찰제를 시행하려면 해당 노선에 대한 면허를 공공영역이 보유하고 있어야 하므로 면허를 회수해야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하거나 면허취소 사유를 내세워 노선권을 회수하는 방법 모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역시 이런 문제 때문에 신설노선 등을 우선적으로 노선입찰제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고, 수원권 공항버스에 대한 면허 회수 역시 해당 업체의 결격사유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노선입찰제를 전면 시행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만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교통정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무늬만 노선입찰제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노선입찰제는 투입되는 재정의 효율성 달성을 위해 최저가 낙찰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새경기 준공영제의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 런던시의 노선입찰제 역시 최저가 낙찰제로 운영된다. 최저가 낙찰제는 한편에서는 경영혁신 등을 통해 경쟁하는 다른 사업자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투입되는 재정을 그만큼 줄일 수 있고, 최소의 재정을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제도라고 볼 수도 있다.
최저가 낙찰제가 이렇게 운영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낙찰받기 위해 최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비용절감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업자는 정비비와 같이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비용을 줄이거나, 버스노동자의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필요한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혹은 인력운영 규모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검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적정한 인력규모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적은 인원만을 고용하므로 노동강도의 강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요컨대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업자들끼리 담합해 입찰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최저가 낙찰제가 목표로 삼는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산업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노선입찰제를 시행하려 할 경우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노선입찰제가 가지는 약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업을 영위하는 목적이 영리를 추구하는데 있다고 할 때, 사업자들의 사익 추구 동기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이는 버스산업이 존속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방법은 한편으로는 혁신적인 경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반드시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하거나 사업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버스산업은 그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수익이 나지 않아 입찰하지 않는 노선에 대해서는 위탁관리형 준공영제를 실시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노선입찰제가 애초에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와는 달리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 사업자들의 이윤을 보장해줘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업자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는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동원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경영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정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비용절감으로 혁신역량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기법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만한 비용을 들여 도입해야 하고, 그러한 기법을 시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용절감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들여야 할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면 경영혁신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제도적인 측면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지적할 수 있는 약점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의 문제를 고려할 때 발생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최저가 낙찰제를 지향하는 한 노동조건 개선이나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비용을 줄이게 돼 결과적으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노선입찰제는 일정한 기간 동안만 유효한 한정면허를 발급하게 되는데, 면허의 유효기간이 도래하면 입찰을 통해 다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만일 선정되는 사업자가 바뀔 경우 기존의 사업자에게 고용되어 있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새로운 사업자가 고용을 승계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사업자에 비해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을 것이므로 노동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경우든지 노동조건은 악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문제가 이러하다면 결국 노선입찰제는 노동자의 희생 위에 버스 이용자의 편의를 보장하고 재정 투입을 절감하는 제도라고밖에 말할 수 없게 된다. 최소의 재정을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목적을 선의라고 이해하더라도, 그러한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을 수 있다.
물론 노선입찰제는 수많은 고민 속에 만들어진 정책이겠지만, 그러한 정책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제도 그 자체가 가지는 약점과 함께 사업자의 사익추구 동기 약화로 인한 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을 확실한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노선입찰제는 제대로 구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제도가 존재하기는 어렵다. 준공영제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유형의 준공영제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각각의 제도가 가지는 약점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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