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창간호 [인터뷰_ 류근중 위원장] 노동시간 단축, 버스운수업 재도약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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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94회 작성일 18-09-04 18:56본문
노사 교섭 통해 근무일수 단축 후 임금 보전 합의
버스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은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연맹) 역대 집행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던 숙원사업이다. 마침내 지난 2월 말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그동안 버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했던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가 제외됨으로써 버스노동자들도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법 개정과 시행 사이에 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급격한 제도 변화로 인한 국민의 불편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버스업계 노사정은 지난 5월 31일 노사정 선언을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연맹은 지난 7월 12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버스산업발전협의회를 출범하여, 5.31 노사정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버스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류근중 연맹 위원장으로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버스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준비상황과 함께, 향후 버스운수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례업종 제외로 대형사고 예방 효과 기대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 7월 1일부로 시행되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버스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았던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운수업이 제외되었습니다.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됨에 따라 버스노동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지난 7월 1일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57년 만에 제외됐습니다. 그동안 저임금-장시간 운전이라는 근대적 노동의 악습에서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 가족의 생계를 돌볼 수 있던 구조에서는 졸음운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버스운전기사들의 피로·졸음운전을 해소함으로써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안전한 운전과 더불어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부여받게 되어 사람들로부터 기피대상이었던 버스운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예상됩니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은 단기적으로 임금 감소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함으로써 고숙련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지역별 교섭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최소화하는 교섭이 타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일부에서는 국민들이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편 없이 노선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되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5월 31일 노사정이 공동선언을 했는데요, 일부에서 우려하는 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시행하기로 하였는지요?
근로기준법이 지난 2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시행까지 4개월밖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연맹은 지난 해 7월 국회가 노선버스 특례업종 제외라는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법 개정에 대한 준비를 요구했으나, 모두 유예를 예상하고 준비를 하지 않았던 상황입니다.
졸음운전 해소라는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우리 버스노동자들이 특례에서 제외됐습니다. 개정 근로기준법의 빠른 정착이 중요하지만, 이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우리 버스노동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이 심각한 격일제·복격일제 사업장에서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키로 합의한 것입니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경우에도 임금구조 개편 등이 동반되어야 하고 내년 7월 주52시간제를 대비하여 임금수준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하기에 노사 간 합의를 전제로 두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노사정 간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노사 간에도 내년 7월부터 1일 2교대제 전환 또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선개편 등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찍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공공성·안전 강화, 준공영제 확대가 답
노선버스는 다수의 국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인 만큼 공공성과 안전성이 중요할 것입니다. 5.31 노사정 선언에도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 수립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공공성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고민하고 계십니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버스준공영제 전국 확대입니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버스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 고유업무라며 지원을 외면해 왔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버스운수업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서 민간에게 모든 책임을 넘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교통사고 예방, 공공 서비스 향상, 교통 시스템 개편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교통정책을 입안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빠르게 버스교통을 개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법률 개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난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7개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버스준공영제는 이미 대중교통 개혁의 성공적 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서울형 준공영제를 모델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분담하고 버스 노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노사정 간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버스종사자의 피로해소를 위한 지원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이 근원적인 대안이지만 버스운전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강도가 높은 노동이라는 점에서 잠시 쉬는 시간에 충분히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 마련이 필요합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휴식시설 신설에 대한 지원근거도 있습니다. 정부가 휴식시설 설치 의무화와 관련 장비 설치 항목을 구체화하고 이를 지킨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견인해 나가야 합니다.
버스운행의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속도로 평일 전용차로 확대와 도심권 가변차로 효율성 강화 및 버스탑재형 불법 주정차 CCTV 설치 확대 등도 공공성 및 안전 강화를 위해 중요한 과제입니다.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시외·고속버스, 광역급행버스 활성화를 위한 환승휴게소 및 복합환승터미널 확대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결국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 맡겨졌던 교통체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대중교통의 공공성, 안전성이 강화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복지정책 필요
버스운수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성장 중심의 경제구조 속에서 노선버스는 싼 가격에 많은 인원을 수송하기만 하면 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시성과 편의성, 질 좋은 서비스를 수반하는 교통수단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를 위해서 버스운수업은 기존의 저임금 장시간 운전 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노동시간을 줄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국형 교통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버스운전은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유입요인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앞서 말씀드린 버스준공영제라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해 수출하는 버스교통체계입니다.
대중교통에 대한 정부의 정책 철학도 바뀌어야 합니다. 버스교통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보편적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삶과 노동을 위한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료환승을 통한 보편적 복지의 실현, 촘촘한 교통망 구축과 불편 없는 생활을 위해 정부가 국민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복지정책을 펼칠 시기입니다.
버스교통을 현재와 같이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경제논리만으로 치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의 책무를 다할 수 없습니다. 특히 내년 7월 1일 주52시간제 도입은 국가 교통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충분한 인력확보를 위해 현 재직자들에 대한 획기적인 근로조건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버스준공영제 도입 등 버스교통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시스템을 바꾸는 정책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현재 근무제도 및 임금제도 변경을 위한 교섭이 전국 차원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존에 1일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이 적어 상반기에 대부분 교섭을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1일 12시간에서 19시간까지 운전을 하는 격일제·복격일제 근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 단위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농어촌버스가 문제입니다. 다행이 6월부터 전남과 경북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노사 간에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업종별로 조금 차이는 있으나, 대다수 기존 평균 근무일수의 2~3일 정도 수준의 임금을 근무일수 단축 후 보전하는 데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버스운행 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을 보전한다는 노사정 선언의 취지가 십분 발휘된 결과입니다.
물론 내년 7월을 대비하는 교섭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앙정부가 버스운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제도 개선을 빠르게 진행한다면, 내년 7월도 노사정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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