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호 [이슈분석1] 준공영제 전국 확대는 보편적 복지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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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2,081회 작성일 18-11-16 17:45본문
버스는 지하철과 함께 대중교통의 근간을 이루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대다수 지역은 대중교통을 버스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버스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는 대중교통을 바라보는 철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버스산업 쇠퇴 대안으로 도입된 준공영제
일반적으로 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은 민간업체가 버스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공급하는 민영제,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나 공공기관이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영제, 민영제와 공영제를 혼합하여 운영하는 준공영제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은 다시 그 형태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민영제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아무런 관련 없이 민간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순수민영제와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부분적으로 재정보조금을 지원받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나눌 수 있다. 공영제는 지자체가 직접 노선을 소유하고 운영을 전담하는 직영제, 별도의 운영기구(보통 공사 형태)가 노선을 소유한 채 운영을 전담하는 공기업형으로 나뉜다.
준공영제는 민과 관의 혼합 형태에 따라 노선과 운영권을 지자체가 소유하고 민간 버스사업자가 노선 입찰에 참여하는 노선관리형(노선입찰제), 지자체가 특정 노선을 버스사업자에게 위탁하여 운영하고 부분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위탁관리형, 버스사업자의 노선 소유권을 인정하되 노선 조정은 지자체가 버스사업자의 위탁을 받아 관리하며 수입금을 운행실적에 따라 배분하는 수입금관리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2000년 이전까지는 대체로 민간 버스사업자들이 버스 서비스를 공급하는 순수민영제가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후 버스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자체가 일정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민영제는 민간 버스사업자들이 노선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데 따르는 부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버스가 대중교통으로서 국민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업자들이 노선을 소유하고 수익에 따라 운영하다 보니 버스의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 악화, 수익 감소, 버스산업 쇠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그렇다고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즉 민간업체는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효율성에 맞춰 경영을 하게 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면 이와는 반대로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익보다는 국민의 이동권 보장이 우선
이 같은 점을 감안하여 도입된 제도가 준공영제이다. 대중교통으로서의 공공성을 강화하되, 운영에 있어서는 민간의 경영기법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효율성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세종, 전남 신안, 제주 서귀포 등 일부 도시에서는 공영제가 도입되었다. 2004년 7월 처음 시행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로, 이후 다른 대도시로 확산되었다.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표준운송원가에 근거하여 버스 운송수입금을 버스업체의 운행 실적(버스 대당 운행거리)에 따라 모두 배분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에서는 민간 버스업체가 가지고 있는 노선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되, 배차권과 노선조정권은 버스사업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지자체가 행사하게 된다.
운송수입금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버스운행이 가능하게 하고, 버스운행 평가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버스 서비스의 수준을 올린다는 게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추구하는 바이다. 수입 실적이 아닌 운행 실적을 운송수입금 배분 기준으로 함으로써 민간업체에 표준비용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민간업체는 운송수입이나 승객의 다소와 상관없이 적자가 나는 노선이라도 운행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준공영제는 국민의 이동권 실현이라는 대중교통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밑받침이 된다. 만일 버스운행을 민간업체에만 맡겨둘 경우, 수익을 우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민간업체로서는 적자노선의 운행을 줄이거나 폐지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지역의 주민은 이동권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는 보편적 복지로서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준공영제는 적자노선을 운행하는 버스에 대해서도 표준운송원가를 적용해 비용을 보전함으로써 이처럼 이동권으로부터 소외되는 국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서비스·안전·처우개선,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제도
서울시가 도입한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는 국민의 이동권 실현 외에도 기존의 민영제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우선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존의 민영제 하에서 사업주들이 수익성 위주로 버스를 운행할 때에는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데 인색했다. 투자하는 비용의 증가는 곧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투자되는 비용 역시 보전되므로, 수익성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서비스의 질 개선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서비스의 질 개선은 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쾌적한 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보다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전의 민영제에서는 버스기사들이 과속과 신호위반 같은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내몰렸다. 그러나 준공영제 하에서는 이 같은 난폭운전이 줄어들었다. 과거와 달리 시간 경쟁에 매달리지 않아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난폭운전을 유발하는 요인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버스 기사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교통사고율의 감소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도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준공영제는 버스기사들에 대한 처우와 노동조건 측면에서도 개선된 결과로 나타났다. 버스기사들이 더 이상 시간에 쫓기면서 버스를 운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준공영제 실시 이후 진행된 각종 실태조사나 설문조사에서 피로도가 낮아지고 스트레스도 준공영제 미실시 지역에 비해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준공영제 미실시 지역에 비해서 수익성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격일제나 복격일제가 아닌 1일 2교대제 근무제도를 시행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15년이 지난 서울시의 경우 1일 2교대제 근무제도가 정착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노동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다.
예산 증가·지원 의존은 보완해야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점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비용 문제이다. 수익성보다 국민의 이동권 실현 등 공공성을 우선하다 보니 운송수입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또한 버스기사의 처우개선이나 서비스의 질 개선 등에 투자되는 비용도 커진다. 준공영제에서는 이 같은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2천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예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그 장점을 알더라도 선뜻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가 준공영제이다. 이는 준공영제의 전국 확대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예산이 증가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단으로서 준공영제를 확산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요구에 따라 준공영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준공영제 전국 확산을 위한 논의 테이블이 마련될 예정이다.
준공영제는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협업을 통해 운영하는 제도이지만, 이를 운영할 민간업체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가 그러한데, 전남 신안 같은 지역에서는 결국 민간업체가 없어 지자체가 공영제 방식으로 버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보완점으로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공영제가 공공성을 강조하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민간업체의 효율성을 결합한 것은 공공부문이 가지는 비효율성을 보완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표준운송원가에 근거하여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민간업체로서는 효율성을 제고할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더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더라도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경영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통해 비용을 보전하고 수익까지 보전하기 때문에 민간업체는 지원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점들에 대한 대안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 중에는 현재 도입되어 운영 중인 준공영제의 틀을 바꾸는 방안도 있고, 틀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도 있다. 틀을 바꾸는 방안 중 대표적인 것은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가 아닌 다른 형태의 준공영제로의 변경이다. 반대로 틀을 유지하는 방안으로는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준공영제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를 살려서 더욱 발전시켜야 할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현재는 노동시간 단축과 특례업종 제외로 버스산업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갈은 시기에 버스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국민의 보편적 복지로서의 대중교통을 더욱 활성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 같은 발전 방향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준공영제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서울시 등 기존에 준공영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지역에서 거둔 성과를 살펴보더라도 준공영제가 가지는 장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기존의 경험 속에서 준공영제의 장점을 더욱 키우고 단점을 보완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같은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노사정 이해당사자는 물론, 대중교통의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급자로서의 버스산업 노사, 정부, 수요자로서의 국민을 모두 포괄하는 테이블에서 대안이 논의되고 마련될 때, 준공영제가 추구하는 공공성의 원칙이 가장 잘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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