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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호 [전문가 기고] 갈림길에 선 버스산업의 혁신 과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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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72회 작성일 19-03-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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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버스산업의 혁신 과제를 생각한다

버스운수산업위원회의 역할과 논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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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은 시민의 발이다. 그리고 버스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추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관광버스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운영되는 약 5만 대의 노선버스에는 11만 명 이상(운전자 95,462명, 2018.12, 정부자료)이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산업의 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수송분담 등 그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90년 연간 81억 명을 상회했던 수송실적은 현재 64억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자가용을 제외한 수송분담률을 기준으로 1970년대에 70%를 넘어 80%에 근접했던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1985년 65%, 1995년 46%, 2000년에는 38%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광역시와 제주도 등에 버스준공영제를 차츰 도입하면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추진하여 버스교통의 급격한 몰락은 막았다지만, 그 성과는 반등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수준(2015년 자가용 제외 수송분담률 42.6%, 2017년 자가용 포함 교통분담률 26.9%)에 그치고 있다.

변화하는 버스산업의 여건

버스의 교통분담이 급격히 감소되고 대중교통의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의 이면에는 자가용 위주의 교통량 증가와 이를 수용하기 위한 도로 등 교통시설 건설에만 빠져드는 정부 교통투자의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
대중교통은 교통량 증가 억제,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 개선 효과 등의 외부효과에도 불구하고 국고재원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고, 연료세 등 모든 가용 재원을 쏟아 부어도 늘어나는 자가용을 감당하는 교통시설 건설은 쉽지 않다. 신규 시설이 잠깐의 여유를 준다고는 하지만, 이내 다시 새로운 수요(증가)를 창출하는 악순환을 만들기도 한다.
자가용의 증가와 지하철 확대 등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또한 버스산업의 경영여건과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당국의 통제를 받는 요금제도로 인해 요금 인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도 어려웠다. 업계의 경영개선을 위한 국고의 지원이 있었으나, 2015년 이후부터는 보통교부세로 통합 운영되면서 지방비 외의 중앙정부 국고 지원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들은 모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됐다.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노선버스에서는 지방의 경우 하루 1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였다. 또한 업체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저임금과 지역 간 및 업종 간 격차 등으로 특히 지방의 경우 젊은 인력의 신규 유입이 끊어지고 고령화 경향이 나타났다. 버스교통의 정시성과 운행간격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 수준도 저하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저임금과 장시간 운전이 교통사고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2017년 경부고속도로 오산교통 사고는 장시간 운전에 따른 운전자의 피로가 가져온 필연적인 귀결에 다름 아니다. 이 사건이 하나의 엄중한 경종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결국 지난 해 근로기준법 개정 시에 노선버스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노선버스는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한다. 버스의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노동여건 및 건강 개선에 이어 교통사고 방지 등의 안전과 서비스의 개선,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의 확보와 재원 조달 같은 과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 1월 25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버스운수산업위원회를 발족하기 위한 제1차 준비위원회 회의가 개최됐다. 여기에서 오는 3월 출범을 예정하고 있는 버스산업위원회 발족의 의미와 과제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논의

정부는 지난 해 12월 27일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추진배경과 함께 여건 및 상황 분석과 기본방향 외에 ▶ 버스 운영체계 개편 및 중앙정부의 지원 강화 ▶ 운임 현실화 및 버스업계 경영환경 개선 ▶ 버스 서비스의 안전성 향상 ▶ 버스 운전인력 양성 확대 ▶ 대국민 버스 이용편의 개선 ▶ 재정적·제도적 기반 등 버스행정체계 개선까지 총 6개 세부 추진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대책에는 또 노사정의 6개월간 논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쉬운 지적도 제기된다. 2015년 이후 사라진 중앙정부의 역할이 재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정부는 빠진 채 지자체와 민간 노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버스는 그 동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근간으로 별 문제없이 운영됐다고 생각하고 지금과 같이 지자체와 민간 노사가 알아서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면 안이하고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버스는 결코 별 문제없는 상태가 아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교통사고로 이어져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빚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버스산업의 여건과 그 역할의 감소는 기업의 수익성과 종사자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이용 시민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저하시켰다.
지금 대중교통은 외부효과가 축소되고 자가용 등 교통량 증가에 따른 온갖 문제들이 심화되는 상황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버스교통 활성화를 통해 이 모든 문제들을 극복하고 전환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기존의 법·제도의 한계에 제한될 수밖에 없어 아쉬운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산 운영을 포함한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작금의 모든 문제들을 초래한 기존의 법·제도를 전환하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을 넘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노사만의 논의가 아닌,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입법과제를 포함하여 국민과 공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이 나왔음에도 사회적 대타협을 추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업종별 위원회로서 버스운수산업위원회를 발족하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 논의의 중심에는 중앙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중교통의 발전과 순기능의 확대에 대한 책임을 지방정부나 민간에게 전적으로 내맡기는 나라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세금으로 조성되는 국고재원의 대중교통 지원 등과 같은 중앙정부 역할의 변화는 노·사 등 당사자의 필요와 요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고재원의 사용은 국민의 복리와 공익 증진 등과 같은 목적에 부합해야만 제도화할 수 있는 것이다. 버스 노·사가 국고재원의 지원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정부가 이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버스가 어떻게 국민생활과 공익에 개선을 가져올 것인지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노·사·정 각자의 책임 분담과 불합리한 기득권 내려놓기 같은 양보가 수반될 것이다.
버스운수산업위원회는 결국 버스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안전한 교통을 위한 안전의 개선, 국민 편의를 위한 서비스 개선이 앞에 서는 목적이 되고 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 방안이 이어지며, 이를 위한 재원의 조달이 논의되는 셈이다. 정부의 지원은 재원의 조달 중 지금 빠져 있는 분담 주체의 하나에 해당하고, 국민이 부담하는 요금제도에 대한 논의도 추가될 수 있다.

노·사·정 모두의 노력 필요

버스 교통의 서비스와 안전을 개선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영역의 정책 자율성과 책임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본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제주 등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시민 만족도가 매년 높아져 가는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그 형태가 기존의 이른바 수입금 공동관리형에 제한되지 않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서비스 개선이라는 공공의 목적에 민간 사업자들의 사업 동기를 일치시켜 안전과 서비스에 잘 기여할수록 민간 사업자의 이윤이 증대되고, 그 반대일 때는 페널티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준공영제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경기도는 기존과 다는 준공영제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는 정부의 책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제시하는 고민이 필요하고, 사업자들은 제3자의 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기존의 독점적 면허제에 의존하는 기득권 경영을 내려놓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대안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버스 노동자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각오가 필요하다. 장시간 운전을 근절하면서도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안전운행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피로, 졸음운전을 배제하는 건강의 유지와 자기관리는 자신을 위한 복리를 넘어 안전하고 성실한 노동의 의무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회사와 지자체, 정부의 관리와 통제를 수용하고, 교육 등을 이수하거나 참여하며, 사고 및 법규 위반 등에 대한 이력관리 등의 규제와 책임을 분담하는 자세 변화가 요구된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라는 공간에서 버스 노동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공공복리에 필요한 요구와 책임의 분담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것은 그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