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호 [현장은 지금] 노동시간 단축, 이렇게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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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717회 작성일 19-03-11 11:54본문
노동시간 단축, 이렇게 준비하자
지난해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노동시간 단축은 더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다만 노선버스의 경우 급격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이나마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또 안정적인 버스 운행을 위해 필요한 인원을 확충하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앙정부에서부터 일선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각급 단위별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시점에서, 각 단위사업장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찾아 지면으로 소개한다.
운송원가제+일자리지원금으로 임금인상한 나주교통지부
수요 늘었지만 인원 충원 쉽지 않았다
광주전남지역자동차노동조합 나주교통지부는 운송원가제와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지원금을 활용해 노동시간 단축과 신규 노동자 충원, 임금인상을 달성한 사례이다. 나주교통은 지난해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통해 3억 원 가량을 지원받았다.
나주시는 광주광역시와 1일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지역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다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에 따라 나주시는 크게 구도심과 혁신도시, 농어촌지역으로 구분된다. 나주시에서 노선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나주교통은 나주시와 광주광역시를 오가는 간선버스노선, 구도심과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노선, 지역 내 농어촌과 구도심을 오가는 지선버스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나주교통은 하루에 15시간씩 복격일제로 근무하다가, 그 이후에는 격일제 근무형태로 전환했다. 하루 근무시간은 15시간으로 동일하다. 복격일제일 때는 만근이 22일에 이르러, 월간 30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을 기록했다. 격일제로 근무형태를 바꾸면서 근무일수를 꾸준히 줄여, 현재는 15일을 만근으로 하고 있다. 근무일수를 줄임으로써 노동시간을 줄이기는 했지만, 주당 52시간을 상한으로 하는 법정 노동시간을 충족하는 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주교통은 한시적인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다.
나주교통이 운행하는 노선 중 수요가 많은 간선버스노선과 셔틀버스노선은 증차가 필요했다. 지선버스노선도 시민의 교통편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나주교통은 꾸준히 차량 투입을 늘려왔고, 현재 226명의 조합원으로 107대의 노선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법 개정에 따라 노동자를 충원해야 할 필요가 겹쳤다.
문제는 버스를 운전할 노동자를 충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노동자를 충원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임금이었다. 이웃의 광주광역시 시내버스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광주 시내버스보다 낮은 임금수준으로는 노동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고, 나주교통 노동자들은 기회가 되면 광주 시내버스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나주교통지부는 임금인상을 통해 노동자를 충원한 후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니 인터뷰] 나주교통지부 조길호 지부장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을 방지하고 보전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가보상제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주교통에서 시행하는 원가보상제를 소개해 주십시오.
“버스를 운행하는 데 따른 원가 전체를 시가 보전한다는 개념입니다. 회사가 인건비를 선집행하면 임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시가 다음해에 보전하는 것이죠. 버스 운행에 따른 모든 비용, 예컨대 인건비, 유류비, 차량 할부, 정비 등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원가에 포함됩니다. 국토부 기준에 따라 대당 운송원가를 산정합니다.
인건비도 운송원가제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데, 2018년 임금총액을 1/12로 나눠서 2019년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1년의 시차를 두고 적용되는 셈이죠. 시가 인건비 항목의 지원 금액을 늘려서 보완하고 있습니다.”
원가보상제 외에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통한 지원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저임금 문제와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것은 사업장의 수익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방치하면 나주시의 교통편의가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가 교통복지 차원에서 지원할 충분한 명분이 됩니다. 운송원가제도 그래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운송원가제는 인건비 전액을 보전하기는 하지만 1년의 시차가 있는 후불성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통한 지원을 받게 된 것이죠. 신규채용 1명 당 최대 40만 원까지 매월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업 자체가 한시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한데요, 노동시간 단축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 중앙정부가 재정 투입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차원에서는 노사민정협의체를 통해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이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기준을 맞추려면 대당 2.54명이 필요하니 50여 명을 더 충원해야 합니다.
“임금인상을 통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후에 1일 2교대, 월 22일 근무로 가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2년 정도 로드맵을 수립해 임금을 먼저 올린 후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나주시도 재정부터 따지기보다 교통편의 수준을 먼저 결정하고 그에 따른 적정 차량 대수를 산정한 후에 필요한 재정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로 1일 2교대 시행 앞둔 평택여객지부
2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
2년 전만 해도 평택여객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었다. 격일제로 하루에 16시간씩 일했는데, 노사가 합의한 만근일수는 13일이었지만, 임금이 낮아 13일만 일해서는 생활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평택여객 노동자들은 적게는 18일부터 많게는 25일까지 근무했고, 평균 노동시간은 320시간이었다. 최대 40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3~4일간 연속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루 16시간씩 근무하려면 나머지 시간에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잠자는 시간은 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피로가 쌓이고,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졸음운전은 다반사였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고,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던 평택여객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대로는 졸음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평택여객지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했다. 경기도지역 노선버스 노동자들은 격일제를 기준으로 평균 15일을 근무하고 있었다. 평택여객지부는 여기에 맞춰 15일 근무를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은 보전할 것을 요구하여 쟁취해 냈다. 15일 근무 기준 240시간이던 노동시간을 204시간으로 36시간 단축하면서 임금은 15일에 해당하는 임금에 맞춰, 임금 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룬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했던 이유는 평택여객지부가 꼼꼼하게 조합원들의 실태를 조사하여 이를 근거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원 개인마다 근무일수와 노동시간을 파악해 이를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임금도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조합원들도 노동시간이 단축됐지만 임금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이후에는 평택여객지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이와 같이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어낸 평택여객지부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교섭을 통해 1일 2교대 시행에 합의한 평택여객 노사는 오는 3월 1일부로 1일 2교대로 근무형태를 전환한다. 1일 2교대 전환 시 만근은 22일이다. 격일제 근무로 따지면 11일 근무에 해당한다. 22일 만근 시 실제 노동시간은 187시간으로 줄어든다. 그러면서도 임금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만큼 임금이 인상된 효과를 보게 된다.
1일2교대제 전환을 위한 인원도 계속 충원하고 있다. 평택여객이 운행하는 노선버스는 모두 79대인데, 버스 1대 당 2.4명이 있어야 원활하게 1일 2교대를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90명까지 인원을 충원할 계획인데, 1월 현재 166명을 확보하고 있다. 아직 1일 2교대 전환에 필요한 인원을 모두 충원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충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근무형태를 전환하는 3월 1일까지는 충분히 충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발로 뛰면서 만든 자료, 회사와 시를 설득하다 [미니인터뷰] 평택여객지부 안경선 지부장
평택여객은 불과 2년 만에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이뤘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도 단위의 버스운수업체들이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평택여객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에는 회사가 경영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노선을 돌고 들어온 버스의 수입금을 직접 세고, 조합원 전원에 대해서 월간 노동시간을 일일이 조사해서 표도 만들었습니다. 결국 회사가 공개한 경영상황을 보니 1년 총수입이 68억 원인데 그 중에 임금으로 60억 원이 넘게 지급됩니다. 회사 운영이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이잖아요. 운송원가가 대당 54만 원 정도인데, 하루에 1만 원 벌어오는 노선도 있습니다.
그걸 시에 들어가 설득했습니다. 시민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 임금도 정상화시키고 시민도 안전할 수 있게 운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습니다.
평택시도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관내 모든 버스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시장과 시의회를 설득해서 2017년에는 추경을 편성해서 지원했습니다. 2018년에는 버스 지원예산을 편성해서 재원을 확보했죠.
가장 필요한 건 노동조합 대표자가 현장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대표자의 의지만 있다면 사업장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도 상급단체와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버스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대안으로 준공영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준공영제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오래 전부터 준공영제는 경기도 버스노동자들의 꿈이었습니다. 작년에 경기도는 광역버스부터 준공영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임금을 삭감하면서 시행하니까 현장에서 불만이 많습니다.
시내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할 때 광역버스를 기준으로 하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광역버스를 기준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다면 노동자들의 피해가 막대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별 준공영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각 지자체들 간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경기도 전체에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역 특성에 따라 지자체별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평택시, 수원시 등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준공영제를 시행하자는 것이죠.
우선은 평택시의 시내버스 노조들과 이야기해서 먼저 평택시에서부터 준공영제를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준공영제가 가능하면 경기도 전체의 준공영제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울고속과 평택여객, 두 회사에서 먼저 준공영제를 준비하고 있고, 1일 2교대 전환은 그런 고민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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