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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호 [산하조직 탐방_광주지역버스노조]“소통과 화합으로 현장에서 조합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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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25회 작성일 19-11-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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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으로 현장에서 조합원과 함께!”

임기 3년차 박상복 위원장 … 광주지역버스 ‘환골탈태’ 이끌어내
저임금 탈피, 편의시설 확충 … ‘문제 온상’ 회사식당 뜯어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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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위원장 박상복, 이하 광주지역노조)의 지난 3년은 ‘환골탈태’의 시간이었다. 열악했던 편의시설이 개선됐고 뒤떨어졌던 광주지역의 임금도 인상됐다. 무엇보다 광주지역노조와 단위사업장 간 서로 데면데면했던 사이가 둘도 없이 돈독해졌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박상복 광주지역노조 위원장이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7년 보궐선거에 당선돼 1년 간 위원장직을 역임했고 곧이어 재선에 성공해 올해로 3년째 광주지역노조를 책임지고 있다.
변화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담담히 “소통과 화합으로 현장에서 조합원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더없이 힘든 ‘정공법’이었다. 단단한 체구에서 느껴지는 강단과 서글서글한 눈망울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이 박 위원장의 진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도 닮았던 박상복 위원장에게 지난 3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너무나 열악했던 노동조건 위원장은 ‘현장감각’이 살아있는 대표자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현장에서 일했고 30년 버스 경력 중 20년을 광주시내버스 노동자로 지냈다. 그만큼 현장의 애로사항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박 위원장은 버스 기·종점의 열악한 편의시설과 식당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고 말했다.
“취임하면서 현장 근무할 때 힘들었던 걸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우리 노동자들이 쉴 곳이 없었어요. 한 시간이 넘거나 길면 두 시간까지 운행하는 노선도 있는데 기껏해야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갔죠. 식당도 문제였어요. 노동자들의 식비를 식당 사장에게 직접 줬어요. 사장은 그 돈을 다 우리 조합원에게 사용해야 하는데 비리가 있던 거죠. 어느 식당은 음식이 잘 나오는데 어느 식당은 형편없고, 정말 먹을 수 없게 나오고.”
문제가 개선되기 전 광주지역 버스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개밥’으로 낮춰 부르기도 했다. 심지어는 고추장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했다. 기·종점의 편의시설도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휴식공간이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이동식 화장실을 계속 사용했다. 여름이면 구더기가 들끓었을 만큼 버스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환경은 무척이나 열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광주지역은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 7대 광역시 중에서 임금 수준이 가장 열악했다.

노동자에게 돌아갈 돈을 찾아라!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돈이었다. 광주광역시는 7대 광역시 중 재정자립도가 46.84%로 가장 열악하다. 준공영제가 시행된 이후 버스산업은 수익 창출보다는 ‘교통 복지’로 간주돼왔다. 예산이 풍족한 지자체는 안정적으로 준공영제를 실시할 수 있었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운영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대가가 없어져서는 안 됐다. 박 위원장은 ‘숨은 돈’을 찾으려 했다.
버스회사가 재정지원금 중 일부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일이 전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 10월 15일 광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반재신 의원은 버스회사 문제를 정면으로 질타했다. 반 의원은 버스회사 임원진의 다수가 가족과 친·인척으로 구성됐다며, 5년간 70억 원 상당의 인건비 지급 내역과 운영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버스회사의 성과이윤 인센티브 6%는 의무적으로 노동자를 위해 사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회사에서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 인근 시군으로 유출되는 버스이익도 광주버스업계의 적자를 키웠다.
“전남 쪽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주, 장성, 화순, 담양, 함평의 5대 관문에서 들어오는 버스가 1년에 벌어가는 돈을 300억~400억 원으로 추산해요. 그것만 줄여도 적자가 적어지죠. 이 문제를 놔두고 재정지원금 많이 나간다고 하면, 광주 버스노동자들은 일도 안하고 놀면서 월급 받는 것처럼 되잖아요. 광주시가 타 시도에는 인심 쓰면서도 인건비 분담하라며 재정지원 줄인다는 건 설득력이 없어요.”

버스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요구한다! 박 위원장은 2017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먼저 복리후생 부문을 집중 공략했다. 박 위원장은 2017년 7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자율교섭을 이끌어 내면서 기·종점 시설의 편의시설과 식당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더불어 박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배차 간격과 대기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물론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설치됐다. 이러한 작은 개선이 조합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각 기·종점의 음식부터 해결했어요. 쌀, 육류, 생선, 김치 4종류 식자재 구입비를 사업조합에서 회수해서 공동 구입한 후 배분했죠. 영양사를 고용해서 식단을 짜도록 해서 어느 기·종점에서나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죠. 식당 옆에 휴게실을 준비했어요. 잠자는 게 아니라 잠시라도 허리 좀 펼 수 있는 공간요. 그렇게 평상 시설 만들었죠. 또 겨울에는 추우니까 온돌도 깔아달라고 요청하고. 뭐 성과라고 하면 성과인데 조합원들이 좋다고 해요.”
특히 식당 문제의 개선은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의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유용되는 재정지원금 문제를 잡아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같은 비용으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늘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임금 문제의 개선은 험난했다. 박 위원장은 2018년 11월 12일 광주시청 앞에서 ‘버스 완전공영제’를 주장하며 삭발투쟁과 함께 19일 동안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이러한 경험은 성공적인 2019년 임단협 교섭의 밑거름이 됐다. 재정지원의 권한이 있는 광주시를 설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광주시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19일 동안 거기서 지냈어요. 노동조합 무시하고 함부로 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었죠. 사실은 올해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광주지역의 임금을 다른 도시와 맞추는 게 올해 교섭의 최초 목표였는데, 사용자들과 수차례 만나도 교섭 진행이 안 됐죠. 사용자들이랑 만나서는 해결할 수 없겠다 싶어서 시의회, 언론, 마지막에는 광주시장과 만나서 얘기했어요. 다른 도시랑 임금 격차를 설명하고, 동일시간 동일노동을 하는데 왜 광주만 소외돼야 하나 설명도 하고. 끝내 시장이 결단을 내려서 임금 격차가 해소됐지요. 올해와 내년까지 대전지역과 임금을 맞추는 걸로요.”

앞으로의 과제, 근무시간 정상화와 정규직화 광주지역노조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버스 회사와 벌이고 있는 실 근무시간 논란이다. 지부는 약 1년 전 노동시간 위반 혐의로 회사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회사는 단체협약 상에는 9시간 근무가 명시돼 있지만, 실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40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루 근무시간을 9시간이 아닌 8시간 40분으로 산정할 경우 주 6일 근무에도 주 52시간제에 위배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하루에 근무하는 시간을 따져보니까 운전대 잡는 시간이 많으면 8시간이고, 가스 넣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 포함해도 8시간 40분밖에 안 된다고 회사는 주장해요. 판사가 망치 두드리는 시간만 근무 시간인가요? 아침에 출근해서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더라도 하루 운행을 준비하는 게 다 근로시간 아니냐는 거죠. 법에도 엄연히 다음 운행을 위한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이라고 돼 있어요. 하지만 회사는 이 시간을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주 5일에 할 일을 주 6일까지 가겠다는 거예요. 한 달에 22일 하는 걸 24일까지 일 시키려고 그렇게 주장하는 거죠.”
두 번째는 비정규직 문제다. 운행 중인 버스 999대 중 376대가 중형버스로 약 8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형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들의 근무형태는 1일 2교대가 아닌 격일제로 노동강도가 높다. 또한 정규직에 비해 연 800만 원 정도 낮은 임금을 받는다. 주로 시 외곽지역에서 출발해 시내를 돌고 다시 시 외곽지역으로 돌아나가는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광주 시내버스 혁신TF팀에 질의하고 요구했죠. 유일하게 광주는 지선과 간선이 분리가 안 됐어요. 지선에서 나와서 간선, 다시 지선까지 가는 노선들이 있어요. 그런 차들이 다 비정규직이에요. 그래서 지선의 역할은 지선만 하게끔 시 외곽에서 가까운 회차지까지만 운행하고 회차지에서 시내까지 남은 운행은 다시 정규직화 시켜야 한다는 거죠. 비정규직이 필요하다면 일부만 놔두고 나머지는 정규직화 시켜서 시내버스를 운행을 늘려라. 빈차가 시내 관통해서 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광주시의 재정한도에서도 많이 벗어난다. 현재 800명의 비정규직 버스 노동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약 2배 가까운 인원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다.

소통과 화합 그리고 현장 박상복 위원장은 짧은 시간 내 광주지역 버스노동자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이러한 광주지역노조의 활동으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광주지역노조와 단위사업장의 집행부, 그리고 조합원 간의 관계였다. 박 위원장도 처음에는 단사를 들리면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어딜 가나 반겨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지부장과 위원장이 소통이 안 됐었던 것 같아요. 사실 소통의 문제죠. 소통이 안 됐기 때문에 서로 자기 갈 길 가고, 자기 갈 길 가니까 산별이 욕보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잘 되고 있어요(웃음).”
광주지역노조는 흔치않게 조합원 직선제로 위원장을 선출한다. 그만큼 ‘현장’과 친밀해져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장에 친밀한 사람만이 위원장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박상복 위원장이 딱 그런 사람이다. 현장과 소통하고, 현장에서 인정받는 위원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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