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호 [지부 탐방_새천안교통지부]새천안교통, 벼랑 끝에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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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468회 작성일 20-02-11 19:42본문
새천안교통, 벼랑 끝에서 재탄생하다
건창여객에서 새천안교통으로 바뀌기까지
지부장의 의지로 만들어낸 새로운 기회
회사에 경영위기가 닥치면 직원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꼬박꼬박 나오던 임금이 제때 나오지 않고, 미래를 대비한 퇴직금 적립이 중단되는 등 당장 생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천안지역에서 시내버스 운수업을 운영하던 건창여객은 지난 2016년 경영난을 맞았다. 회사 존폐의 기로에서 상황을 타개한 것은 사장이 아닌 당시 최준태 건창여객지부 지부장이었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해결하고, 건창여객은 새천안교통으로 재탄생했다. 최준태 지부장의 명함도 건창여객지부 지부장에서 새천안교통지부 지부장으로 바뀌었다.
100억대 부채, 위기의 건창여객최준태 지부장이 건창여객지부 지부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건 지난 2015년이다. 최준태 지부장은 임기 시작과 함께 회사 경영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제 날짜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기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보다 주주들한테 배당을 주기 급급했다는 것이다.
건창여객은 주식회사가 아닌 합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합자회사는 무한책임사원과 유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되는 복합적인 회사로, 무한책임사원은 사업을 경영하고, 유한책임사원은 회사에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이익 분배에 참여한다.
사장은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주주들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고 부채 규모는 100억 원을 넘어섰다. 돌려막기를 계속하던 와중에 결국 건창여객에 1차 부도가 터지고 말았다.
최준태 지부장은 “부도 상황을 맞게 한 회사를 신뢰할 수 없었고, 무한책임사원의 지분을 받아 법정관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법정관리에 앞서 자주관리형태의 회사 운영을 시작하기 위해 채권자들을 찾아가 부채 50%에 대해 5년 동안 이자를 동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위기에 조합원들의 마음도 불안해졌다. 당시 회사를 떠난 조합원들만 해도 100여 명이다. 이들은 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자 마이비카드에 압류 신청을 했다. 운영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가스가 끊기고 버스가 없어질 위기에 처할 뻔 하기도 했다.
채권자들을 만나 설득을 거듭한 끝에 회사는 자주관리 기업을 거쳐 법정관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최준태 지부장은 직접 발로 뛰고 돈이 필요할 때는 자신의 주머니까지 털었다.
고비에서 만난 뜻밖의 행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새천안교통’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우연히 주어진 행운 덕분이었다. 법정관리 당시 체불임금과 미지급 퇴직금 수억 원이 쌓인 상황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준태 지부장은 당시 한양고속 사장이자 현재 새천안교통의 사장인 이경수 사장을 찾아갔다.
최준태 지부장은 “이경수 사장이 ‘조합원들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안 된다’는 말에 감명을 받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하더라”며 “조합원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한양고속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건창여객을 살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이경수 사장은 한양고속 사장 자리를 정리하고 새천안교통의 경영을 책임지며 그가 다짐했던 바를 지키고 있다.
버스가 없어질 위기에서도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버스 할부금을 내지 못해 버스를 회수하려고 찾아온 자일대우상용차 사장에게 사정을 설명하던 중 과거 인연이 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최준태 지부장이 과거 대우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최준태 지부장의 상사가 자일대우상용차 사장과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최준태 지부장은 자일대우상용차 사장이 그 자리에서 여기저기 전화하며 최준태 지부장과의 인연을 확인하더라고 전했다. 어려운 처지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연이 닿은 사람을 만났으니 뜻밖의 행운이었던 셈이다.
최준태 지부장은 솔직하게 처지를 털어놓으면서 할부금은 반드시 갚겠노라고 호소했다. 그 절박함이 통했던 것일까. 버스는 그대로 남았고 이는 조합원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불안을 잠재워주었다.
최준태 지부장은 “월급이 2~3개월 동안 나오지 않아 조합원들이 그만두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고, 지부장으로서 말을 잘못하면 회사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면서도 “하늘이 도와주고 운이 따라 지금의 새천안교통을 만나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서로가 배려할 수 있는 장으로
회사의 존폐 위기를 넘겨 새천안교통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최준태 지부장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실 운행시간만 따져도 하루 14시간이 넘는다”며 “주52시간 상한제가 버스업계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1일 2교대가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태 지부장은 또 천안시 버스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세고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힘든 노동환경에 처해 있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매번 친절하게 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시민들로부터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불친절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기사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최준태 지부장의 이야기다.
2020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최준태 지부장은 “천안시가 발전되는 만큼 조합원들도 시민들에게 매너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다”며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과 복지는 물론 준공영제를 빨리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버스운전을 흔히 3D 업종이라고 하는데, 우리 스스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우리가 솔선수범하고 인식을 개선해 동료 간의 우애가 돈독하고 배려하는 노동조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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