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계간지

2020년 7호 [산하조직 탐방_부산지역버스노조]“차를 세워서라도 조합원의 권리 지켜내겠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조회 1,536회 작성일 20-02-11 19:44

본문

“차를 세워서라도 조합원의 권리 켜내겠습니다”

'현장배제’ 부산시 버스준공영제 혁신안, 주52시간 상한제 부작용 해소 안 돼
쉽지 않은 2020년 임단협 예상 … 조합원 ‘해외연수’ 등 조합원 권리 “반드시 지켜낼 것”

“참 어렵게 됐습니다.” 안홍준 자동차노련 부산지역버스노조 위원장은 전형적인 ‘부산남자’다. 그런 안홍준 위원장의 입에서 “참 어렵다”는 말이 인터뷰 내내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을까.
부산 시내버스 회사의 비리 문제는 간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잊을 만하면 버스회사 임직원의 비리 문제가 터졌다. 최근에는 일부 노조간부도 함께 가담한 정황이 나와 노동조합도 버스회사와 함께 도매금으로 매도되기에 이르렀다. 2019년 7월 17일 부산시가 시내버스준공영제 혁신안을 발표한 배경이었다.

13b5768af28471dd7945d062b660bfa9_1581493606_58.jpg 

핵심주체 빠진 부산시의 혁신안하지만 혁신안은 객관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버스현장의 주체인 노사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안홍준 위원장은 “부산시는 소수의 과오를 전체인 양 침소봉대하고 핵심주체인 노사를 배제했다. 부산시와 코드가 맞는 몇몇 시민단체 중심으로 버스준공영제 혁신계획을 수립했다”며, “시의회는 물론 교통국장이나 운영과장도 혁신안에 대해서 몰랐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시내버스준공영제 혁신안이 제시한 13개 과제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도시철도 중심 교통개편 ▲노선입찰제 시행이다. 부산은 지형특성상 도시철도 중심으로 교통망을 아우르기 어렵다. 평지가 적고 고갯길이 많은 부산에서 지하철을 촘촘하게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버스의 운행시간에 맞춰진 시민들의 생활 패턴과도 괴리가 있다.
“시내버스 중심으로 맞춰진 부산 교통을 도시철도 중심으로 맞추려다 보니까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하철은 5시에 출발합니다. 반면 일찍 출발하는 버스는 4시 10분에 나갑니다. 버스가 일찍 지하철 근처로 태워줘도 지하철은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벽에 일을 나가는 분이 제일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시민들의 불편이 없어야 하는데 도시철도 중심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선입찰제는 버스노선을 3년 단위로 입찰을 붙여 최저가로 입찰한 회사에게 노선운영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경우 조합원의 고용불안이 야기된다. 가령 A회사 소속 조합원이 B노선을 운행하다가 B노선이 C회사에 팔릴 경우 조합원은 A회사를 퇴사하고 C회사에 재입사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는 물론이다.
“원래 김해공항버스는 시내버스였다가 김해시에서 노선입찰제로 변경했습니다. 차량이나 유니폼은 좋습니다. 하지만 임금수준은 마을버스보다 못합니다.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복지기금을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을 건데 어려움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 부산시는 기존 노선은 그대로 두는 대신에 새로운 노선을 만들어서 시범적으로 해보겠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시 기존 노선까지 노선입찰제가 들어온다고 하면 우리는 죽어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노선입찰제가 시행되면 조합원들은 비조합원이 되면서 완전히 일자리를 잃습니다.”
노선입찰제의 목적은 과중한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한 비용 절감에 있다. 하지만 시내버스 적자를 비용적 관점에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시내버스 적자 중 가장 큰 부분은 정책 노선이 차지한다. 쉽게 말해서 ‘기름 값도 안 나오는’ 노선을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용부담을 버스노사에게 전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책 없는 노동시간 단축, 숨 돌릴 틈 없는 현장 주52시간 상한제 시행도 안홍준 위원장의 고민을 깊게 했다. 2018년 3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운송업이 제외됐다. 이어 지난해 7월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현장의 우려는 커졌다. 부산시내버스 노사는 협의를 통해 한 달에 24일(22일+시프트2일) 근무를 규정해 노동시간을 주52시간 아래로 맞췄다. 하지만 추가 인력 충원 없이 이뤄진 조정이었기에 현장의 부작용은 예상된 결과였다. 우선 배차의 어려움이 컸다.
“단체협약에 따라 한 달에 22일 근무와 2일 시프트 근무, 총 24일을 근무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52시간 상한제 이전 수준으로 임금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배차가 안 됩니다. 8시간 휴게 시간을 보장하면서 주 52시간을 맞추려니 변칙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배차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법을 어기면서 운행할 수 없지 않습니까? 결국 차를 세울 수밖에 없고, 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봅니다. 보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부산시도 비용이 더 나가니 압력만 넣고 있는 실정입니다.”
조합원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52시간 상한제 시행 이전에는 일이 있을 때 특정 주에 근무를 빼도 다른 주에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에 저촉된다. 주52시간을 넘겨 근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합원은 근무를 놓쳐서 생기는 임금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노동조합 차원의 동호회 활동도 빡빡한 배차로 일정을 조정할 수가 없어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만 ‘조인다고’ 돈이 나오나? 배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줄어든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만큼의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 결국은 ‘돈’이다. 그런데 안홍준 위원장은 부산시가 돈 나올 구멍은 모두 틀어막은 채 애꿎은 노동자를 쥐어짠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부산버스회사의 비리에 부산시는 추가 예산 편성보다 ‘새는 예산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잡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신민용 정책기획국장은 “2018~2019년 걸쳐서 부산참여연대에서 기업운영 비리로 새어나가는 돈을 잡은 게 50억 원 정도였다. 하지만 전체 부산지역 준공영제 운영에는 6,000억 원 이상 든다”고 지적했다.
버스도 엄연한 ‘산업’이기에 적자가 해소되려면 승객이 많아지거나 요금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부산지역 인구는 감소세이다. 버스요금은 2013년 1,08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한 뒤 6년째 동결 중이다. 시내버스 적자의 근본적인 이유다.
“환승을 하면 버스, 지하철, 마을버스 세 번을 타고도 버스를 한 번 더 탈 수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입니다.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혜택주고 호평을 받으면서 요금인상은 요구를 못합니다. 만날 공짜배기 태워주면서 돈 없다고 하면. 누가 들어도 이상한 말 아닙니까? 부산시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요금은 꼼짝도 않는 것은 정치적인 행보라고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노동조합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부산시의 예산잡기 레이더에 ‘노동조합의 복지기금’까지 들어온 것이다. 현재 부산지역 버스 3개 노동조합(자동차노련, 공공운수노조, 기업노조)은 약 2억 원의 복지기금을 나누어 갖는다. 그런데 복지기금이 눈먼 돈이라는 의혹이 부산시 감사실로부터 제기됐다. 수익금 공동 관리기금에 복지기금 항목이 포함돼있다는 이유였다.
“복지기금은 사실 임금입니다. 준공영제 지역은 시 차원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10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습니다. 부산시에서 임금 인상 대신 조정안으로 만든 복지기금을 놓고 감사실에서는 수익금 공동관리기금에 포함이 됐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그래도 수익금 공동관리위원회 이후 신설된 노사민정 협의체에서는 이 부분을 인정을 해줬습니다.”

쉽지 않은 2020년 임단협 부산지역버스노조의 2020년 임단협은 어느 지역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52시간 상한제도 시행으로 인한 급한 불은 2019년 단체협약을 통해 먼저 껐다. 하지만 배차에 차질이 생겼다. 현장 조합원들은 휴무 및 연차, 병가 사용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추가 고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교섭에서 노동조합은 상당히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 부산시는 가장 근본적인 요금 현실화는 제쳐두고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예산이 한정돼있으니 어찌됐든 버스현장 주체가 맞춰야 한다는 식이다. 더욱이 대대적인 감사 이후 지난해 부산지역 33개 시내버스회사 중 어느 한 곳도 흑자인 곳이 없다.
신민용 정책기획국장은 “법이 바뀌면서 사용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있다. 하지만 시는 늘어난 비용 모두를 지원하지 않는다”며, “시에서는 이미 추가 예산을 줬다는 명목으로 노조를 압박한다. 종국에는 시가 ‘감차’ 카드까지 꺼낸다”고 지적했다.
부산시가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버스회사의 ‘기업비리’와 ‘채용비리’로 악화된 여론이 있다. 안홍준 위원장은 일부 노조간부들의 비리 문제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모두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버스현장 주체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국면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노동조합에서는 정리를 다했습니다. 실제로 관련된 지부장의 권한 자체를 박탈했습니다. 지금도 지부장 회의 때마다 이야기를 합니다. 여태까지 관례였던 일들이 이제는 법률적으로 저촉됩니다. 법에 저촉돼가면서 노동조합이 그런 일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먹고 벌어먹고 살려는 사람한테 돈을 받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향후에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단호히 처리할 것입니다.”

13b5768af28471dd7945d062b660bfa9_1581493634_07.jpg
 

“조합원의 권리, 무슨 일 있어도 지켜내겠다” 부산지역버스노조 조합원은 퇴직할 때까지 한 번은 4박 6일 해외연수를 간다. 타 지역 노동조합이 부러워하는 부산지역버스노조만의 혜택이다.
해외연수는 복지기금에 부산지역버스노조의 출연금을 더해 마련한 재원을 이용한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총 4,100여 명의 조합원이 해외연수의 혜택을 봤다. 연 350여 명 규모다. 더불어 부산지역노동조합 차원에서 1인당 15만 원의 연수지원비도 지원한다. 소요되는 비용이 5억 원에 달하지만 그만큼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다만 현재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으로 해외연수 기간 동안 빠진 부분을 추가 근무를 통해 메울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가오는 2020년 임단협에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누구보다 쉽지 않은 2020년을 맞이하게 된 안홍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각오를 다졌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부산은 12월 16일에 상견례를 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2018~2019년 부산시에서 보인 행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참고해서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차를 세우는 한이 있어도 방법은 없습니다. 노동조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겠습니까? 100% 만족은 못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말할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지금 상황이 참 힘에 부칩니다. 연맹에서도 더욱 힘이 돼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