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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준공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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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633회 작성일 04-10-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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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한양대 교수)

7월초 한 신문 칼럼에서 나는 서울의 버스개혁을 제1기와 제2기 지하철 개통에 이은 대중교통의 혁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이 혁명은 합리적이며, 그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초기의 혼란으로 이런 내 예상은 잘못된 것처럼 보였다. 카드결재시스템의 오류, 안내기능과 홍보의 부족은 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불편 수준을 넘어섰고, 결국 시민들의 불만과 비난이 쏟아졌다. 개혁 추진 이전에 형성되어 있던 버스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무너지는듯했다.

개혁을 총괄했던 서울시장은 사과를 해야 했고, 공무원과 사업자 모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가 감사원에 특별감사 신청을 하는 등, 너나없이 시내버스 개혁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내가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 시종일관 시내버스 개혁을 지지하고 감사원의 특감방침을 강하게 비판하자, 몇몇 분들로부터 “그러다가 전문가로서의 너의 명예에 금이 가는 것은 아니냐” 라며 애정 어린 충고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승리하기 마련. 이제 불만족에서 만족으로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시내버스 개혁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울시가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교통수요관리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한 것, 이 인식을 바탕으로 버스운영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시행한 것, 도로상의 시내버스 우대와 준공영제의 결합이라는 개혁의 핵심을 인식한 것, 노선 혁명과 통합요금제를 실현한 것, 일선 공무원들과 운전자, 사업자를 비롯한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신실한 노력 등이다.

특히 그 핵심은 중앙전용차로와 준공영제로 상징되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에 인식과 실행이었다.

시내버스 개혁의 본질은 정당하고,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것이었기에 초기의 불만이 수습되고 시민들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반전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혼란의 시기에 쏟아진 비판과 부정적인 인식들은 우리가 향후에도 또다시 등장할 수 있고, 지방도시의 시내버스 개혁 과정에 되풀이될 사안이므로 잘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첫째, 개혁 자체에 대한 부정이다. 이 논리는 7월 1일 이전의 시내버스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완벽하게 운영되었으며 여기에 손을 댄 것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다. 하지만 우리의 버스는 완벽하지 않았고, 지난 20여년간 시내버스에 대한 별칭은 한결같이 ‘병든 시민의 발’ ‘거리의 폭군’ ‘서비스 부재’ ‘중병’ 등등이었다.

비유하면 대수술을 필요로 하는 중증의 암 환자였다. 수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암 환자를 죽게 내버려두자는 것과 다름없는 오류다. 최근 5년간 서울의 버스회사 30여개가 문을 닫았고 시내버스 노선도 엄청나게 줄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던 버스 기사들은 서비스 대신 과도하게 노선이 집중된 지역에서 난폭운전으로 경쟁을 일삼아야 했다. 사유화된 노선은 어디를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었다. 같은 시민의 발이면서도 지하철 따로, 시내버스 따로 여서 대중교통의 경쟁력은 미약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중앙전용차로와 노선의 전면개편, 통합요금 시스템 도입,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준공영제의 시행이 개혁의 핵심인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자가용승용차 옹호론의 변종에 불과한 것이다.

둘째, 조급한 평가와 판단이다. 첫 일주일간 나타난 문제, 특히 시행 첫날과 이튿날에 발생한 문제를 이유로 서울버스 개혁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다루는 것은 잘못이다. 대수술 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대수술 다음날 암 환자가 걷지 못한다고 의사를 비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버스개혁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3개월 정도의 적응기간을 필요로 한다. 서울 시내버스는 이 적응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었다.

셋째, 균형감각의 상실이다. 시행 이틀 후부터는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속도가 50% 이상 높아지는 등 당초 개혁 목표 가운데 상당부분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예 외면한다거나, 노선의 변화에 따라 불편해진 지역만 보고, 노선이 신설되어 편리해진 지역은 다루지 않는 것, 요금인상만 부각시키고 지하철-시내버스 통합요금으로 싸지고 편리해진 점은 다루지 않는 태도가 그것이다. 바람직한 정책 비판은 설정된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고, 달성되지 못했다면 그것을 가로막은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즉 정책목표의 달성을 중심으로 평가할 때만 정당하고 합리적인 평가와 비판이 가능하다.

넷째, 승용차의 불편에 대한 과장이다.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자가용 승용차의 통행시간은 비슷하거나 짧아졌지만 극히 일부 구간에서만 승용차 통행시간이 길어졌다. 이것을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버스 개혁의 목표가 ‘자가용 승용차의 이용 억제’ ‘시내버스에 대한 파격적인 우대’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밖에도 업자 배불리기라는 비판이 있지만,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은 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이용시민에 대한 지원과 투자다. 또한 서울의 버스개혁을 추진한 강력한 리더십을 독재 운운하며 비난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며 높이 평가돼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 없이는 사업자들과 공무원들 속에서 추진력을 만들어 낼 수 없어 개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변화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란과 비난을 온전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비판을 두려워 개혁 자체를 포기하는 겁쟁이 리더십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우대정책은 적은 투자와 관심으로 다수 시민의 교통권을 회복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버스 개혁은 ‘서민의 교통수단’을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이용할 수 있는 시내버스’로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닦는 일이다. 볼프강 주커만의 말대로 ‘우리의 도시들이 버스에 대한 우대를 통해 잃어버릴 것이란 자가용 승용차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시내버스 개혁은 보다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